|
여전히...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그대여,
그대를 향해 편지를 씁니다.
그대의 빈자리가 오늘따라 저리도 환한 것이
내 안타까움의 이유인지요...
흔들리는 갈대 사이로 점점이 흩어지는 계절,
지상에서 목적도 없이 흔들린다는 것이 슬픔일까요..
갈대 숲에선 맑은 현들이 무수히 소리를 날리는데
소리의 끝을 따라가노라면 문득
미로 속의 그대에게 이릅니다.
환하게 빛나는 그대의 빈자리 위로
내 슬픔의 새떼들 환하게 날려보냅니다.
가을의 기도를 날립니다.
가을엔...떠나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떠나 보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러나, 이 가을에도
차마 떠나지 못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떠나도 떠난 것이 아닌 ㅡ 그 무엇이...
아련함이라는 또하나의 삶의 힘으로,
또하나의 여운으로
고요하게 퍼져나가는 것들....
놓아주지 못하고 붙잡고 있는 것들과
떠나야 하는 것들과
돌아와야 하는 것들이
간절함의 새떼가 되어
가을 하늘 가득히 맴돌고 있습니다.
잘 가라, 잘 가라, 손 흔들고 섰는
갈대처럼
온몸을 아프게 흔들면서도
진흙밭 같은 세상에 굳건하게 뿌리 내린
그대의 영혼이여,
지금도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그대여,
그대의 빈자리가
오늘따라 저리도 환한 것이
내 그리움의 연유인지요...
서걱대는 가을 편지를 전하는 저 새떼들이
설레게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멀리서 방황하는 그대를....
- 박선희 시인의 <아름다운 편지>

//SCRIPT>
|